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몽글해지지만, 통장 잔고를 떠올리는 순간 막연한 두려움이 곧바로 따라붙는다.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밀려오는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앞으로 10년·20년을 버텨 줄 현실적인 돈 계획표 한 장이다.

① 은퇴 후 시골 생활, 돈 계획이 먼저인 이유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겠다는 결심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의 문제와 얽혀 있다. 아침 햇살, 느린 시간, 텃밭과 나무 냄새를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짐을 싸고 싶지만, 실제로는 “매달 얼마가 있어야 불안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해 몇 년씩 미루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은퇴 후 시골행은 ‘로망’이 아니라 ‘현금흐름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소득의 구조가 완전히 바뀐다는 점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급여일이 정해져 있었고, 4대 보험과 각종 복지 덕분에 큰 병이 나도 어느 정도는 시스템이 지켜줬다. 하지만 은퇴 후 시골에 내려가면 대부분의 경우 급여는 끊기고, 국민연금·개인연금·이자소득·소규모 농업수입이 주요한 현금 공급원이 된다. 일정하게 고정급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라, 불규칙한 현금 흐름이 현실이 된다.
여기에 더해 도시보다 싸지만,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은 지출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시골은 월 100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막연히 믿지만, 실제로 60대 부부가 지역에서 월세 없이 생활할 경우, 기본 생활비만 150만~200만 원을 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차량 유지비, 건강검진, 부모 부양, 자녀 지원, 각종 경조사비 등을 더하면 생각보다 훨씬 큰 금액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은퇴 후 시골 정착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매달 최소 얼마가 있어야 생활이 돌아가는지. 둘째, 예상치 못한 병원비나 집수리, 장비 교체 같은 돌발비를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 셋째, 농업을 할 것인지, 단순 귀촌만 할 것인지에 따라 초기 비용을 어떻게 다르게 준비해야 하는지다. 이 세 가지 질문에 숫자로 답을 쓸 수 있어야 실제로 내려가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55~60세 전후에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도시에 조금 더 있으면서 돈을 모을 것인가, 지금 내려가서 지출을 줄일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돈 계획표다. 예를 들어, 58세에 퇴직해 바로 시골로 내려갈 경우와, 62세까지 도시에서 일하며 연금을 더 채우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70세 이후 자금 여유가 확연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숫자는 감정의 안개를 걷어내고 현실을 보여준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포인트는 “시골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소규모 텃밭, 단순 노동, 온라인 판매,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부수입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작 2~3년은 수익보다 비용과 노동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체력과 건강도 변수이기 때문에, “벌 수 있는 돈”이 아니라 “벌지 못해도 버틸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안전하다.
결국 은퇴 후 시골행에서 돈 계획표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디에서 살든, 돈 때문에 두 번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밀려나는 상실감에 이어, 시골에서의 생활이 돈 때문에 흔들리면 마음의 회복이 더디다. 반대로, 어느 정도의 예산과 위험을 예상하고 내려가면, 같은 변수도 “준비했던 범위 안”으로 느껴지며 훨씬 덜 불안하다.
② 시골 생활비 구조 이해하기: 주거·식비·교통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가면 가장 먼저 바뀌는 지출 항목은 주거비와 식비, 그리고 교통비다. 많은 사람이 시골 집을 마련하면 월세가 사라지니 생활비가 크게 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 숫자를 계산해 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전세금·집수리·난방비·자동차 유지비 등 도시에서는 비중이 작았던 항목들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4년 기준으로 경기도 외곽 A군에서 단층 주택 전세(20평 내외)를 구하려면 1억~1억 5천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사례가 있다. 같은 지역의 오래된 농가주택을 매매로 구입할 경우 8천만~1억 2천만 원 선인 경우도 있지만, 지붕 보수, 단열, 보일러 교체, 창틀 교환 등에 최소 1천만~2천만 원을 추가로 쓰는 경우가 흔하다. 즉, “집값은 싸지만 수리비가 만만치 않은 구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생활비 측면에서 많이들 기대하는 항목은 식비다. 직접 키운 채소를 먹고, 마을 장터에서 저렴한 농산물을 사면 분명 도시에 비해 줄일 수 있다. 하지만 60대 이후에는 건강을 위해 좋은 재료를 찾게 되고, 각종 건강식품·영양제·외식비가 다시 슬그머니 늘어난다. 실제로 2023년 강원도 한 시골 마을에 귀촌한 62세 부부 사례를 보면, 마트·농협·시장 등을 합한 식비가 월 60만~70만 원 수준이었고, 돌아다니며 먹는 간식·외식까지 합하면 80만 원에 육박했다.
교통비는 시골 생활에서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차량 1대는 사실상 필수인 지역이 많고, 병원·장보기·관공서 업무를 보려면 20~30km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2022년 기준으로 10년 된 차량을 보유한 60대 귀촌 부부의 사례를 보면, 연간 유류비 180만 원, 보험료 80만 원, 정비비 40만 원 정도로, 월 평균 25만 원 안팎의 차량 관련 지출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마을회비·경조사비·각종 행사비 등 시골 특유의 사회적 지출도 고려해야 한다. 어느 정도 마을에 녹아들고 싶다면, 매달 5만~10만 원 정도는 이런 비용으로 따로 잡아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마을 회관 난방비, 도로 포장 관련 모금, 경로 행사 등으로 예상 외 지출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골 생활비를 계산할 때는 단순히 “도시보다 싸겠지”라는 상상을 버리고, 필수 항목별로 구체적인 숫자를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거(대출 상환 포함), 식비, 교통, 통신, 보험, 의료, 경조사, 문화·취미, 자녀·손주 지원, 예비비 등으로 나눠, “도시 현재 지출”과 “시골 예상 지출”을 나란히 적어 비교해 보면 큰 그림이 훨씬 선명해진다.
③ 은퇴 후 의료비·돌발비용 계산법
은퇴 후 시골 생활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비용은 의료비와 돌발비다. 50대까지는 큰 병원에 거의 갈 일이 없었다 해도, 60대 이후에는 혈압·당뇨·관절·안과 등 만성질환 관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시골에서는 대형 병원이 멀어, 교통비와 시간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의료비를 계산할 때는 통상적으로 “기본 관리비”와 “돌발 의료비”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기본 관리비란 매달 지출하는 처방약, 정기 검사, 물리치료, 치과 스케일링 등 비교적 예측 가능한 비용이다. 예를 들어, 2023년 기준 전남 C군에 거주하는 67세 남성의 사례를 보면, 혈압·당뇨 복합 약 처방과 정기 피검사, 한 달에 한두 번의 물리치료를 포함해 월 7만~10만 원 정도를 의료비로 사용했다.
반면 돌발 의료비는 갑작스러운 입원, 수술, 큰 치료에 드는 비용이다. 65세 전후에는 허리 수술, 무릎 인공관절, 백내장 수술, 치과 임플란트 등 고가의 시술이 한두 번씩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용은 건강보험과 실비 보험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비급여 항목과 간병비, 교통·숙박비가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의료비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1년에 평균 얼마”가 아니라, “5년 동안 큰돈이 나갈 가능성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다. 예를 들어, 60세에서 65세 사이에 부부가 각 1회씩 큰 수술을 한다고 가정하고, 수술비·간병비·교통비·소득 공백을 모두 합해 각각 500만~1,000만 원 정도의 버퍼를 잡아 두면 훨씬 안정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병원비는 ‘쓸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언젠가는 쓴다’에 가깝다. 실제로 60대 이후 시골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보면, 3년 안에 한 번씩은 예상보다 큰 병원비를 경험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집수리·차량수리·가전 교체 같은 돌발비용이다. 시골 주택은 도시 아파트에 비해 비·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지붕 누수, 보일러 고장, 수도 동파, 창틀 노후 등으로 1~2년마다 수백만 원 단위의 수리 비용이 나갈 수 있다. 차량 역시 10년 이상 된 중고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미션·엔진·타이어 교체 등으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은퇴 후 시골 생활 자금 계획을 세울 때는 생활비와 별도로 ‘돌발비용 통장’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보통 연간 생활비의 10~20% 정도를 돌발비 예산으로 잡는데, 1년 생활비가 2,400만 원이라면 240만~480만 원 정도를 별도 계좌로 떼어 두는 방식이다. 실제로 2021년 귀촌한 63세 부부의 경우, “생활비 180만 원 + 돌발비 30만 원”을 한 달 목표로 잡고 운용하면서, 예상치 못한 수리 비용이 생겨도 심리적 부담이 덜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직장에 다닐 때 가입했던 실손보험, 암보험, 상해보험 등이 은퇴 후에도 그대로 유효한지, 갱신형인지, 70세 이후 보험료가 크게 오르지는 않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필요 없는 특약은 줄이고, 입원·수술·간병 중심으로 단순하게 정리해 두면 의료비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너무 많은 보험은 은퇴 후 현금흐름을 잡아먹고, 너무 적은 보험은 한 번의 병원비로 계획 전체를 무너뜨린다. 결국 정답은 ‘적당히, 하지만 확실하게’다.”

④ 귀농·텃밭·소규모 농업 초기 비용 현실 수치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을 생각이라면, 생활비와는 별도로 ‘농업 초기 비용’을 반드시 따로 계산해야 한다. 단순히 마당 텃밭에서 채소 몇 가지를 키우는 수준과, 소규모라도 판매를 목표로 하는 농업은 필요한 돈의 규모가 완전히 다르다. 특히 트랙터·관리기 같은 농기계, 비닐하우스, 관수 시설은 생각보다 단가가 높아, 준비 없이 시작하면 퇴직금이 순식간에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기준으로 경기 남부에서 3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새로 짓고, 관수 시설과 단순 농기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을 실제로 견적 받아본 한 60대 예비 귀농인의 경우, 비닐하우스 자재·시공에 1,200만 원, 관수 설비 250만 원, 중고 관리기 150만 원, 각종 자재·비료·종자에 100만 원 등 총 1,70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금액에는 본인의 노동비, 차량 구입비, 창고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대로, 단순 텃밭 수준이라면 초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30평 내외의 텃밭에 상추·고추·토마토·부추 등 기본 채소를 심는다고 가정할 때, 삽·괭이·호미·분무기 등 기본 도구와 비료·모종·비닐멀칭 비용을 모두 합해도 30만~50만 원 정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는 온전히 ‘자급자족 + 약간의 나눔’을 목표로 하는 수준이며, 수익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소규모 판매를 목표로 한다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작목 선택이다. 감자·고구마처럼 저장이 가능하고 수요가 넓은 작물은 단가가 낮지만 안정적이다. 반면 블루베리·아로니아·체리토마토·허브류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은 초기 투자와 관리 난도가 높다. 2021년 전북의 한 귀농학교에 참여한 교육생 20명의 사례를 보면, 첫 해에는 감자·고구마·옥수수 등 기초 작물로 연습하고, 2~3년 차에 자신에게 맞는 특화 작목을 찾는 방식이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으로 수익을 기대한다면, 초기 3년은 사실상 ‘투자 기간’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토양을 개량하고, 농기계를 익히고, 판매처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에 충남 E군으로 귀농해 딸기 하우스를 시작한 59세 부부의 경우, 1년 차에는 시설 투자 4,000만 원, 2년 차까지 누적 적자 600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3년 차부터 거래처가 안정되며 연간 2,000만 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퇴직금이나 노후 자금을 한꺼번에 농업에 쏟아붓지 않는 것이다. 전체 자산의 20~30% 이내에서 농업 투자 예산을 정하고, 나머지는 생활비·의료비·비상금으로 분리해 두어야 한다. 특히 기계·시설은 중고로 시작하고, 하우스 면적도 2동·3동이 아니라 1동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은 뒤 확대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정부·지자체의 귀농 지원 정책을 활용하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융자·보조금 제도는 의무 거주 기간, 사업 유지 조건, 상환 방식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받기보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지원금에 맞추어 과도한 규모의 농업을 시작하면, 몸과 통장이 동시에 지치기 쉽다.
⑤ 5년치 돈 계획표 실제 예시 만들기
이제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계획표 형태로 숫자를 정리해 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예시를 통해,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가는 60대 부부가 5년치 자금 계획을 어떻게 세울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이 예시는 구체적인 기준을 잡기 위한 참고용이며, 각자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65년생 A씨 부부(60세)가 2025년 3월에 퇴직하고, 같은 해 7월에 전남의 한 군으로 귀촌한다고 가정해 보자. 퇴직금과 적금을 합해 보유 현금은 2억 원, 국민연금은 63세부터 월 120만 원(부부 합산) 수령 예정, 개인연금은 65세부터 월 50만 원 수령 예정이라고 하자. 도시 아파트는 전세를 놓아 연 600만 원(월 50만 원)의 임대 수입을 얻고, 시골에서는 전세 1억 원짜리 단층 주택을 구해 거주한다.
이 경우 2025~2029년까지 5년간의 주요 현금 흐름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된다.
- 소득: 국민연금(63세부터), 개인연금(65세부터), 전세 임대료, 농업·알바 소득
- 지출: 생활비, 의료비, 차량 유지비, 보험료, 경조사비, 집수리·가전 교체, 농업 초기 비용
- 예비비: 돌발 의료비, 대규모 수리, 가족 지원 등
2025년 7월 기준으로 월 예상 지출을 200만 원(생활비 160만 원 + 의료·보험 20만 원 + 차량·경조사·기타 20만 원)으로 잡는다면, 연간 2,400만 원이 필요하다. 이때 60세~63세까지는 국민연금이 아직 나오지 않으므로, 보유 현금 2억 원에서 매년 2,400만 원씩 인출하는 구조가 된다. 세 해 동안 총 7,200만 원을 사용하는 셈이다.
63세가 되는 2028년부터는 국민연금 120만 원과 전세 임대료 50만 원으로 월 170만 원의 현금 유입이 생긴다. 생활비가 여전히 200만 원이라면, 부족한 30만 원만 현금 자산에서 보충하면 된다. 여기에 65세부터 개인연금 50만 원이 추가되면, 연금·임대 소득만으로도 월 220만 원이 생겨 생활비를 대부분 커버할 수 있다. 이렇게 “연금이 나오기 전 3년을 버티는 구조”가 이 가정의 핵심이다.
“계획표를 만들 때는 ‘첫해에 어떻게 버틸까’가 아니라, ‘5년 뒤에 통장에 얼마가 남아 있을까’를 기준으로 역산하는 것이 좋다. 5년 뒤 잔액을 상상하면,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이 예시에서 5년 계획표를 작성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1단계 — 연간 필수 생활비 합산: 생활비, 의료비, 보험료, 차량, 경조사비 등을 모두 합해 연간 지출을 계산한다. 예: 연 2,400만 원.
- 2단계 — 연간 안정적 소득 합산: 이미 확정된 연금·임대료·이자소득 등을 합산한다. 예: 60~62세 0원, 63~64세 연 2,040만 원, 65세 이후 연 2,640만 원.
- 3단계 — 연간 부족액 계산 후, 현금 자산에서 인출 규모 결정: 예: 60~62세 연 2,400만 원 인출, 63~64세 연 360만 원 인출, 65세 이후 인출 없음.
- 4단계 — 농업 투자·집수리·큰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표기: 연도별로 예상되는 대형 지출(비닐하우스, 차량 교체 등)을 따로 적어 두어야 누락되지 않는다.
- 5단계 — 5년 후 잔액 추정 및 위험도 점검: 5년 뒤 남은 현금 자산이 1억 원 이상인지, 5천만 원 이하인지에 따라 귀농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다.
실제로 2020년에 비슷한 방식으로 계획을 세운 58세 귀촌 부부 B씨의 사례를 보면, 1안(바로 귀촌)과 2안(도시에서 3년 더 근무 후 귀촌)을 비교해 본 결과, 70세 기준 전체 자산에서 약 8천만 원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부는 결국 도시에서 2년만 추가 근무 후 귀촌하는 절충안을 선택했고, 현재는 “조금 늦게 내려왔지만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엑셀로 돈 계획표를 만들기 전에는 늘 막연하게 불안했습니다. 숫자를 다 적고 나니, ‘지금 안 내려가면 안 되겠다’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내려가면 덜 흔들릴까’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⑥ 부부·1인가구·재은퇴 위험까지 시나리오 점검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상황은 모두 다르다. 부부가 함께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한 사람만 먼저 내려가고 나중에 배우자가 합류하는 경우도 있다. 이혼·사별·비혼 등으로 1인가구로 내려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따라서 돈 계획표를 만들 때는, “내가 속한 형태”에 맞는 시나리오를 따로 점검해야 한다.
먼저 부부 귀촌의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생활비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난방비·전기·통신·차량 비용은 2명이든 1명이든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같은 집에서 함께 살면 1인당 부담이 줄어든다. 대신 의료비·보험료·부모 부양·자녀 지원 등은 두 사람 몫으로 늘어나므로, “공동 지출”과 “개인 지출”을 구분해 계획표에 적는 것이 좋다.
1인가구의 경우에는 주거비와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조금 더 작은 집·원룸형 주택·공동체형 주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혼자 살면 아플 때 도움을 청하기 어렵고, 심리적 외로움 때문에 카페·식당·취미생활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강원도 한 읍내로 귀촌한 63세 1인가구 C씨의 사례를 보면, 주거비는 월 25만 원(원룸 전세보증금 3,000만 원 + 관리비)로 낮았지만, 외식·카페·취미 지출이 월 4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갔다.
또 하나 중요한 시나리오는 “재은퇴 위험”이다. 시골로 내려갔다가 생활비 부담, 건강 문제, 관계 갈등 등으로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도시의 주거비와 생활비가 이미 많이 올라 있어, 다시 적응하는 데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골로 내려갈 때도, “완전히 모든 다리를 끊어 버리는 선택”보다는, 도시와의 연결고리를 일부 남겨 두는 전략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2021년에 전남 농촌으로 내려갔던 61세 부부가, 2년 뒤 건강 문제로 다시 도시로 돌아온 사례가 있었다. 이 부부는 도시 아파트를 팔지 않고 전세를 주고 내려갔기 때문에, 돌아올 때 큰 부담 없이 다시 입주할 수 있었다. 반면 집을 완전히 처분하고 시골에 내려갔다가, 3년 뒤 도시로 돌아오려니 비슷한 지역의 집값이 1억 원 이상 올라 있어 난감해한 60대 부부의 사례도 있다.
따라서 돈 계획표에는 “만약 5년 안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한 번쯤 넣어 보는 것이 좋다. 그때 필요한 주거비·보증금·이사비·가전 구입비·생활비 등을 대략 적어 보고, 현재의 자산 구조로 가능한 선택인지를 검토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성급한 결정으로 인한 후회를 줄이는 안전장치가 된다.
마지막으로,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상황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70대 이후에는 국민연금 유족연금, 보험금, 상속·증여, 장례비 등 다양한 돈의 움직임이 발생한다. 미리 상속 구조와 연금 지급 구조를 이해해 두면, 남은 사람이 갑작스러운 경제적 공백에 덜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대출이 있는 주택이나 농지의 경우, 상속인·보증인·담보 구조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 마무리
은퇴 후 시골로 내려가는 일은 인생의 속도를 바꾸는 큰 선택이지만, 결국 하루하루를 지탱해 주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숫자다. 생활비, 의료비, 농업 초기 비용, 돌발비용, 재은퇴 가능성까지 한 번에 다 생각하려면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표 한 장, 계획표 한 장으로 나누어 적어 보면 생각보다 훨씬 단순해진다.
오늘 당장 완벽한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대신, “도시에서 지금 얼마를 쓰고 있는지”, “시골에서 줄어들 항목과 늘어날 항목이 무엇인지”, “연금이 시작되기 전 몇 년을 어떻게 버틸 것인지”라는 질문을 종이에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한 칸 한 칸 채워 넣다 보면, 막연했던 시골행이 조금씩 구체적인 그림으로 바뀐다.
미리 세운 돈 계획표는 시골로 내려가는 길에 들고 가는 안전띠와 같다. 숫자가 단단할수록, 마음은 더 가볍게 새로운 생활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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